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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에 대해 알아보자

보이지 않는 산업의 혈액, 일산화탄소(CO)의 모든 것: 제조법부터 사용 용도까지

by 웃으며살자~야! 202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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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일산화탄소(CO)는 주로 불완전 연소, 유독성, 질식 사고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겨울철 난방기구 사용 시 주의해야 할 가스로, 혹은 끔찍한 인명 사고의 원인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조용한 살인자’의 이면에는 현대 산업을 지탱하는 필수적인 핵심 원료라는 놀라운 얼굴이 숨겨져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냄새로 감지할 수도 없어 더욱 위험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화학적 특성 때문에 수많은 화학제품의 탄생을 이끄는 시작점이 됩니다. 오늘은 일산화탄소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며, 얼마나 다채로운 용도로 사용되는지 그 여정을 심도 있게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산업의 핏줄을 흐르다: 일산화탄소의 산업적 제조법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막대한 양의 일산화탄소는 주로 천연가스, 석탄, 석유와 같은 탄화수소 자원을 원료로 하여 대규모 공정을 통해 생산됩니다. 주요 생산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증기 개질 (Steam Reforming)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증기 개질입니다. 이 공정은 주로 니켈(Ni)과 같은 촉매가 채워진 반응기 내에서 700~1000°C의 높은 온도로 진행됩니다.

이 반응을 통해 일산화탄소와 함께 수소()가 대량으로 생산되는데, 이 혼합 가스를 **합성가스(Syngas)**라고 부릅니다. 합성가스는 그 자체로도 중요한 연료이자,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합성 등 다른 화학 공정의 기본 원료로 사용되는 매우 중요한 산업 중간재입니다.

2. 부분 산화 (Partial Oxidation)

석유의 잔사유나 석탄과 같은 무거운 탄화수소 원료는 부분 산화 방식을 통해 일산화탄소로 전환됩니다. 이름 그대로 산소()의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제한하여 완전연소가 아닌 불완전 연소를 유도하는 원리입니다. 매우 높은 온도(1200~1500°C)에서 반응이 일어나며, 증기 개질과 마찬가지로 일산화탄소와 수소의 혼합물인 합성가스를 얻게 됩니다.

3. 석탄 가스화 (Coal Gasification)

석탄을 고온, 고압의 가스화기 내에서 산소 및 수증기와 반응시켜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과거부터 사용되어 온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과 연계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일산화탄소를 생산하는 친환경 공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메탄과 반응시켜 일산화탄소를 만드는 건식 개질(Dry Reforming) 기술 등 온실가스 감축과 자원 재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혁신적인 공정들이 활발히 연구 및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실험실의 작은 거인: 소량의 일산화탄소는 어떻게 만들까?

대규모 산업 현장과 달리, 연구나 실험 목적으로 소량의 순수한 일산화탄소가 필요할 때는 주로 간단한 화학반응을 이용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개미산(Formic acid, HCOOH)의 탈수 반응입니다.

진한 황산()을 탈수제로 사용하여 개미산을 조심스럽게 가열하면, 개미산 분자에서 물() 분자가 빠져나오면서 순수한 일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옥살산()을 진한 황산과 함께 가열하여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의 혼합 가스를 얻은 뒤, 수산화 나트륨(NaOH) 용액을 통과시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일산화탄소만 분리하는 방법도 사용됩니다.


상상 이상의 쓰임새: 일산화탄소의 화려한 변신

이렇게 생산된 일산화탄소는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드는 다양한 화학제품으로 재탄생합니다.

1. 화학 합성의 핵심 플랫폼

일산화탄소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바로 다른 유기 화합물을 만드는 **카보닐화 반응(Carbonylation)**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 메탄올() 생산: 합성가스(CO + H₂)를 고온, 고압에서 촉매와 반응시켜 연료, 용매, 플라스틱 원료로 널리 쓰이는 메탄올을 대량 생산합니다.
  • 아세트산() 생산: 메탄올과 일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아세트산을 만드는 몬산토 공정(Monsanto process)과 카티바 공정(Cativa process)은 현대 화학 산업의 가장 성공적인 공정 중 하나로 꼽힙니다. 아세트산은 접착제, 페인트, 섬유 생산에 필수적입니다.
  • 플라스틱 원료 생산: 포스젠()은 일산화탄소와 염소를 반응시켜 만드는데, 이는 자동차 내장재나 건축 단열재로 쓰이는 폴리우레탄(Polyurethane)과 투명하고 강도가 높은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입니다.

2. 금속 제련의 필수 환원제

철강 산업에서 일산화탄소는 환원제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용광로(고로) 내부에서 철광석(산화철, )은 코크스(C)가 연소하며 발생한 일산화탄소와 만나게 됩니다. 이때 일산화탄소는 철광석으로부터 산소를 빼앗아 순수한 철(Fe)을 얻게 해줍니다.

이 과정이 없다면 단단한 자동차 강판도,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의 철골 구조물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3. 신선함을 지키는 마법

놀랍게도 일산화탄소는 식품 포장에도 사용됩니다. 육류나 생선을 포장할 때, 포장재 내부에 질소, 이산화탄소와 함께 소량(0.4% 이하)의 일산화탄소를 주입하는 MAP(Modified Atmosphere Packaging) 기술에 활용됩니다. 일산화탄소는 육류의 붉은색을 내는 미오글로빈(Myoglobin)과 결합하여 그 색을 오랫동안 선명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소비자는 더욱 신선해 보이는 고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일산화탄소는 위험한 독가스라는 단편적인 이미지를 넘어, 현대 문명을 구성하는 수많은 제품의 탄생에 깊숙이 관여하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산업의 혈액 역할을 수행하는 일산화탄소의 두 얼굴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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